자존심이 센 것은 언뜻 당당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정작 자신도 관계도 힘들어지는 순간이 많다. 사과 한마디, 부탁 한마디를 못 해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자존심이 센 사람일수록 오히려 속은 단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유독 센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을 살펴본다.
먼저 사과하지 못한다

첫 번째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먼저 사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과가 곧 지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도 그 말을 끝내 삼킨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면 문제를 푸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먼저가 된다. 대화가 시비를 가리는 싸움으로 번지고, 정작 풀어야 할 감정은 그대로 남는다.
사과는 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아끼는 표현인데, 자존심이 센 사람은 그것을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소한 오해가 큰 골로 굳어지곤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두 번째는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괜찮다”, “혼자 할 수 있다”는 말 뒤에, 사실은 버거운 마음을 숨긴다.
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곧 자신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치는 일이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기보다 혼자 끙끙 앓는 쪽을 택한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하는 삶은 생각보다 외롭다. 강해 보이려 애쓰는 사이, 정작 곁을 내어 줄 사람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사실 사람은 약한 모습을 나눌 때 더 가까워진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 가끔 빈틈을 보이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더 열리기 때문이다.
지적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세 번째는 작은 조언이나 지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상대는 그저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자신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는 말에도 곧바로 방어 태세를 취한다. 인정하고 고치기보다, 변명하거나 오히려 상대의 흠을 찾아 되받아친다.
이런 태도는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막는다.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주변 사람들도 점점 조언을 아끼게 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마저 사라진다.
자꾸 남과 비교하고 이기려 한다

마지막은 무엇이든 남과 비교하며 이기려 드는 것이다. 대화 중에도 은근히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남이 잘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남과의 비교 속에서 확인한다. 그래서 이기면 잠깐 우쭐하지만, 더 나은 사람 앞에서는 금세 초라해진다.
비교의 잣대를 밖에 두는 한, 마음은 늘 불안하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기에, 이 경쟁은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되고 만다. 정작 중요한 나만의 속도와 방향은, 그 비교 속에서 자꾸 흐려진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심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기대고, 자존감은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느냐에 뿌리를 둔다. 그래서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은 오히려 쉽게 사과하고, 약한 모습도 편하게 드러낸다.
진짜 강한 사람은 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져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다.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아도 나의 가치는 그대로라는 것을 아는 순간, 관계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혹시 지지 않으려다 정작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한 번쯤 가만히 돌아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