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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철드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네 가지 변화

뒤늦게 철드는 데는 나이보다 계기가 앞선다. 뒤늦게 철드는 사람에게는 부모가 다시 보이고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변화가 공통으로 확인된다.

뒤늦게 철드는 사람의 변화는 네 갈래로 모인다. 부모의 사정이 눈에 들어오고, 사과를 미루지 않으며, 이기려는 마음이 줄고, 남은 시간을 아끼는 쪽으로 태도가 옮겨 가는 흐름이다.

철이 든다는 말은 흔히 나이와 함께 쓰인다. 다만 실제로는 특정 연령에 맞춰 찾아오기보다, 어떤 계기를 지난 뒤에야 뒤늦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의 진료를 따라가 본 날, 자기 아이를 처음 재워 본 밤, 오래 다닌 회사를 나온 달처럼 삶의 자리가 바뀌는 시점이 대체로 그 계기로 꼽힌다.

부모의 사정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부모와 마주 앉아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인 중년 자녀

첫 번째 변화는 부모를 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부모라는 역할만 보이던 자리에 그 사람이 지나온 형편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어릴 때 서운했던 장면은 대개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나이가 되고 비슷한 무게를 져 보면, 그 시절 부모가 놓여 있던 조건이 뒤늦게 계산된다.

말수가 적었던 이유, 여행 한 번 가지 않았던 이유, 유난히 예민했던 시기가 무엇 때문이었는지가 그제야 이어진다. 원망이 사라진다기보다 원망 옆에 사정이 나란히 놓이는 변화에 가깝다.

이 시기에 부모에게 거는 전화가 늘어나는 사례가 많다. 특별한 용건 없이 안부만 묻고 끊는 통화가 잦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는 미루지 않는다

먼저 사과의 말을 꺼내며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한국인

두 번째 변화는 사과의 속도에서 드러난다. 예전에는 목까지 올라왔다가 삼켜졌던 말이 늦게라도 밖으로 나온다.

사과를 어려워했던 이유는 대개 지는 기분 때문이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의 자기 판단까지 무너진다고 여겼기 때문에, 어색한 침묵으로 넘기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그러다 관계 하나가 실제로 끊기고 나면 계산이 달라진다. 자존심을 지켜서 남는 것보다 말 한마디를 미뤄서 잃는 쪽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몸으로 겪은 셈이다.

이때의 사과에는 조건이 붙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때 네가 먼저 그랬다는 단서를 빼고, 자신이 한 부분만 떼어 내 말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기려는 마음이 차지하던 자리가 줄어든다

모임에서 말을 아끼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한국인

세 번째 변화는 욕심의 방향에 있다. 더 갖고 더 이기려던 힘이 지킬 것을 지키는 쪽으로 옮겨 간다.

모임에서 말수가 줄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시간이 길어진다. 대화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상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먼저 묻는 방식으로 바뀐다.

비교의 대상도 달라진다. 또래의 연봉과 집을 재던 기준이 지난달의 자신으로 좁혀지면서, 남과의 격차에서 오던 조바심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다만 이 변화는 의욕이 꺾인 상태와 구분된다. 욕심의 총량이 사라졌다기보다 쓸 곳을 고르는 기준이 분명해진 것으로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남은 시간을 세기 시작한다

달력을 보며 만날 사람과 일정을 추리는 한국인

네 번째 변화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다. 앞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감각이 생기면서 일정의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발달심리학에는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은 남은 시간을 길게 인식할 때는 미래를 위한 목표를, 짧게 인식할 때는 지금의 정서적 만족과 가까운 관계를 앞세우게 된다고 본다.

충북대 연구진이 한국노년학에 발표한 실험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라고 인식하게 만든 조건에서는 노년층은 물론 청년층까지 긍정적인 장면을 더 잘 기억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나이 자체보다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태도를 바꾼다는 의미다. 큰 병을 앓거나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뒤 사람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뒤늦게 철든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감정은 후회로 지목된다. 이미 지나간 시간과 이미 상한 마음이 눈에 들어오면서, 달라진 자신이 반갑기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다.

그 후회를 오래 붙들면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말까지 다시 미뤄진다. 반대로 늦게 든 철은 남은 관계에 곧바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게 든 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자리는 대개 사소하다. 통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먼저 안부를 묻는 쪽이 바뀌고, 다툰 뒤 연락이 끊기는 기간이 짧아지는 식이다.

철드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게 온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였든, 달라진 태도를 확인하는 쪽은 본인이 아니라 곁에 남아 준 사람들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부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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