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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져주는 사람이 관계에서 끝내 얻는 것 네 가지

져주는 사람은 관계에서 밀리는 쪽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갈등 연구에서는 져주는 사람이 신뢰와 오래가는 관계를 남기는 쪽으로 분석된다.

져주는 사람은 말다툼에서 지는 사람이 아니라 이기는 일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관계 연구에서는 논쟁에서 상대를 눌러 이긴 쪽이 오히려 관계를 잃고, 한발 물러선 쪽이 신뢰와 시간, 사람을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부부관계 연구자 존 가트맨은 상대의 의견과 영향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관계 안정의 핵심 조건으로 꼽아 왔다. 상대를 힘으로 눌러 굴복시키는 방식은 관계 안에서는 이긴 것이 아니라 진 것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다만 져주는 태도와 무조건 참는 태도는 구분된다. 할 말을 삼킨 채 속으로만 쌓아 두는 방식은 다른 문제를 부르는 것으로 지적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승패를 다투지 않기로 한 선택이다.

이기려 들지 않는 사람에게 신뢰가 쌓인다

말다툼 끝에 먼저 웃으며 상대의 말을 받아 주는 한국인

져주는 태도는 자기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승패를 가리지 않겠다고 정하는 선택이다. 주장을 접는 것과 다투기를 접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사람들은 논쟁에서 이긴 사람보다 자기 말을 끝까지 들어준 사람을 오래 기억한다. 옳은 말로 상대를 이긴 순간에 남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방어심리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트맨 연구진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관점을 일부라도 받아들이는 쪽이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고 봤다. 상대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신뢰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신뢰는 대단한 사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한 번 물러서 준 기억이 쌓여 저 사람은 나를 이기려 들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굳어진다.

오래가는 관계는 승패를 세지 않는다

오랜 세월 편안하게 이어져 온 사이로 마주 앉아 웃는 한국인

관계가 끊어지는 지점은 대개 큰 사건이 아니다. 사소한 다툼에서 누가 이겼는지가 반복해서 쌓인 결과인 경우가 많다.

이긴 쪽은 문제가 정리됐다고 여기지만 진 쪽은 내용 대신 감정을 기억한다. 이 어긋남이 겹치면서 대화 자체를 피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져주는 사람은 이 계산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다. 이겼다 졌다를 세지 않으니 상대 쪽에도 갚아야 할 앙금이 남지 않는 셈이다.

몇 년 단위로 보면 남아 있는 관계는 논쟁에서 이겼던 관계가 아니라 덜 다툰 관계다. 오래된 사이일수록 옳고 그름보다 편안함이 관계를 지탱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투지 않는 만큼 감정이 덜 소모된다

다툴 일과 넘길 일을 구분하고 마음을 편히 두는 한국인

다툼은 시간만 쓰는 일이 아니다. 화가 오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박과 혈압이 함께 올라가고, 그 흥분은 상황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진다.

그래서 이기고 나서도 남는 것은 개운함보다 피로에 가깝다. 밤에 그 장면을 되짚으며 잠을 설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져주는 사람은 다툴 사안과 넘길 사안을 나눠 둔다. 짚어야 할 문제에는 목소리를 내되, 취향이나 말버릇처럼 바뀌지 않을 부분은 그대로 둔다.

이 구분이 쌓이면 같은 하루를 살아도 소모되는 감정의 양이 달라진다. 아낀 힘은 일이나 자기 생활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 결국 사람이 남는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곁에 남아 함께 걷는 한국인 두 사람

옳고 그름을 끝까지 가리는 자리에는 사람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반박당할 각오를 하고 말을 꺼내야 하는 상대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반대로 곁에 남는 사람은 자기를 편하게 해 준 사람이다. 이겨도 웃으며 넘겨 주고 틀려도 몰아세우지 않던 기억이 그 판단을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의 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된다. 남는 몇 사람이 누구인가가 관계의 질을 좌우하는 시기가 온다는 뜻이다.

져주는 데 익숙한 사람은 그 시기에 혼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겨서 모은 것이 아니라 지면서 남긴 것이 그때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모든 자리에서 물러설 필요는 없다. 부당한 요구나 반복되는 무례까지 삼키는 태도는 져주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고, 참기만 하는 쪽은 결국 관계 밖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기준은 그 사안이 사람보다 중요한가에 있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굳이 이기지 않아도 되고, 사람보다 지켜야 할 원칙이 앞선다면 그때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져주는 일을 손해로 여기던 시각은 관계를 짧게 볼 때 생긴다. 시간을 길게 놓고 보면 이긴 사람에게 남는 것은 결론이고, 져 준 사람에게 남는 것은 사람이다.

굳이 이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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