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언가를 고른다. 점심 메뉴처럼 사소한 것부터 이직이나 결혼처럼 삶을 바꾸는 일까지, 선택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유독 어떤 사람은 선택 앞에서 늘 흔들리고, 고르고 나서도 오래 후회한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사람이 왜 선택을 어려워하고 무엇 때문에 후회하는지를 오래 연구한 학자다. 그가 다뤄 온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후회 없는 선택은 정답을 잘 골라내는 능력이 아니라 선택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선택을 미루는 것도 결국 선택이다

많은 사람이 결정을 앞두고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며 판단을 미룬다. 미루는 동안은 마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미루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다.
결정을 늦추는 사이 기회가 사라지기도 하고, 남이 대신 정해 버리기도 한다. 김경일 교수가 짚어 온 것도 이런 지점이다.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는 만큼이나,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을 뒤늦게 후회한다.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선택의 폭은 오히려 좁아진다. 정보를 충분히 모았다면 그다음은 미루기보다 매듭짓는 편이 낫다. 미룸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결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후회가 큰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정말 원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고른 경우다. 부모가 권해서, 남들이 부러워해서 고른 길은 결과가 나빠졌을 때 후회가 더 깊다.
김경일 교수는 사람의 선택이 얼마나 쉽게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휘둘리는지를 여러 자리에서 이야기해 왔다. 남의 기준으로 고른 선택은 잘돼도 내 것 같지 않고, 잘못되면 원망만 남는다.
반대로 내 기준으로 고른 선택은 결과가 아쉬워도 스스로 납득이 된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기 기준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후회가 적다. 선택 전에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방향이 달라진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후회를 키우는 가장 큰 착각은 어딘가에 완벽한 정답이 있다는 믿음이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선택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어떤 것을 골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현실의 선택은 대부분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다. 김경일 교수가 다뤄 온 의사결정 이야기에서도,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선택지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넘치는 선택지와 완벽을 향한 기대인 경우가 많다.
완벽한 선택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고른 뒤에 그 선택을 좋은 것으로 만들어 가는 편이 낫다. 정답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고른 것을 정답으로 가꾸는 태도가 후회를 줄인다. 어차피 완벽한 답은 없다는 걸 인정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선택한 뒤 책임지는 태도

같은 선택을 하고도 어떤 사람은 오래 후회하고, 어떤 사람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 차이는 선택 이후의 태도에서 갈린다. 결과를 남 탓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면 후회는 이내 원망으로 번진다.
내가 고른 것을 내 선택으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결과가 나빠도 거기서 배울 것을 찾는다. 김경일 교수가 강조해 온 것도 선택 그 자체보다 선택 이후를 대하는 마음의 무게다.
책임진다는 것은 자신을 몰아세우는 일이 아니다. 지나간 선택을 곱씹으며 자책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다음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선을 앞으로 돌릴 때 후회는 서서히 힘을 잃는다.
후회는 선택이 아니라 태도에서 갈린다
선택을 미루지 않고, 내 기준으로 고르고, 완벽을 내려놓고, 고른 뒤 책임지는 것까지. 김경일 교수가 오래 들여다본 후회 없는 선택의 비밀은 결국 무엇을 고르느냐가 아니라 선택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은 없고, 후회 없는 삶도 없다. 다만 같은 선택을 하고도 덜 후회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뒤를 책임지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오늘 작은 결정 하나부터 내 기준으로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