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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자식 자랑이 느는 심리

나이가 들수록 자식 자랑이 부쩍 느는 것은 단순히 자식이 자랑스러워서만은 아니다. 그 말 속에 숨은 부모의 마음을 하나씩 짚어 본다.

모임에 나가 보면 유독 자식 이야기가 길어지는 사람이 있다. 아이가 어느 회사에 다니고, 손주가 얼마나 야무진지, 묻지도 않았는데 사진까지 꺼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듣는 사람은 슬슬 지겨워지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식 자랑은 나이가 들수록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젊을 때는 자기 일과 성취를 이야기하던 사람도, 세월이 흐르면 화제의 중심이 점점 자식과 손주로 옮겨 간다. 왜 그럴까. 그 말버릇 뒤에 숨은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내 삶의 성취를 자식에게서 찾는다

자식에게서 찾는 성취

나이가 들면 정작 자기 삶에서 새로 내세울 성취가 줄어든다. 한창 일하던 시절에는 승진이나 사업, 자기 이름으로 이룬 일이 있었지만, 은퇴 후에는 그런 화제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 빈자리를 자식의 성취가 대신 채우게 된다.

자식이 잘 풀리면 마치 내가 잘된 것처럼 뿌듯해지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오랜 세월 온 힘을 쏟아 키운 자식이니, 그 성취에 자기 몫이 있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식 자랑은 곧 지난 수십 년 자기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다만 그 마음이 지나치면, 자식의 삶을 내 성적표처럼 여기게 된다. 자식이 잘돼야만 내 인생도 성공한 것 같고, 그렇지 못하면 괜히 초라해진다. 자식의 성취와 나의 가치를 지나치게 포개어 놓으면, 정작 내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알게 모르게 남과 비교하고 있다

남과의 비교와 경쟁

자식 자랑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커진다. 그 자리에 다른 부모가 있고, 저마다 자식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자랑은 은근한 경쟁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누구네 아들은 어디 다니고, 누구네 딸은 어떻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뒤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래서 묻지도 않은 자식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조금 부풀리기도 한다. 그 밑바닥에는 나와 내 자식이 남만 못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비교는 끝이 없어서, 위를 보면 한없이 초라해지고 아래를 봐야만 잠깐 안심하게 된다. 남과의 비교로 얻는 안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식 자랑이 경쟁이 되는 순간, 정작 내 자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을 자식 이야기로 메운다

허전함을 메우는 마음

자식이 다 자라 독립하고 나면, 부모의 하루는 부쩍 조용해진다. 늘 챙기고 걱정하던 대상이 곁을 떠나면,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자리 잡는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자식 이야기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그 순간만큼은, 떨어져 지내는 자식과 다시 이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하는 동안, 부모는 여전히 자식의 삶에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랑은 그리움을 푸는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문제는 그 허전함을 오직 자식으로만 메우려 할 때 생긴다. 대화의 화제가 온통 자식뿐이라면, 그것은 내 삶의 이야깃거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빈자리를 자식 자랑으로만 덮으면, 정작 채워야 할 내 삶은 계속 비어 있게 된다.

자랑도 적당할 때 빛이 난다

적당히 멈추는 지혜

자식이 자랑스러운 것은 조금도 흉이 아니다. 오랜 세월 자식을 잘 키워 낸 부모라면 마땅히 누려도 좋은 뿌듯함이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도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듣는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상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자랑은 훨씬 보기 좋아진다. 묻거든 기꺼이 이야기하되, 굳이 먼저 꺼내 부풀리지 않는 것이다. 자식 이야기 못지않게 내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어디서든 대화가 즐거운 사람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자식의 삶과 나의 삶을 조금 떼어 놓을 필요가 있다. 자식은 자식의 길을 가고, 나는 나대로 배우고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이다. 내 하루가 자식 자랑 말고도 이야기할 것으로 채워질 때, 자식 자랑도 비로소 담백하게 빛을 낸다.

자랑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이 들수록 자식 자랑이 느는 데에는, 자식에게서 성취를 찾는 마음, 남과 비교하는 마음, 허전함을 메우려는 마음이 함께 얽혀 있다. 결국 자식 자랑은 자식에 대한 이야기이자, 지금 내 삶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자식이 자랑스러운 마음은 그대로 아끼되, 그 마음을 온통 자식에게만 기대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늘 하루, 자식 이야기 대신 나를 위한 작은 즐거움 하나를 챙겨 보는 것은 어떨까. 내 삶이 이야깃거리로 넉넉해질수록, 자식 자랑도 더 여유롭고 보기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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