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대뜸 자리에 없는 누군가의 흉을 보며 말을 붙일 때가 있다. 함께 흉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 금방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 친밀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뒷담화로 관계를 여는 사람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순히 심심해서도,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즐거워서도 아니다. 그 밑바닥에는 관계를 향한 불안과 채워지지 않은 마음이 자리한다. 왜 이들은 험담이라는 방식을 택하는지, 그 밑바닥에 깔린 심리와 특징을 하나씩 살펴본다.
험담으로 유대감과 소속감을 만든다

뒷담화로 친해지려는 사람은 공통의 적을 만드는 방식으로 유대감을 형성한다. 같은 대상을 함께 미워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우리’라는 편이 생기고, 그 편 가르기가 손쉬운 친밀감을 만들어 준다.
이들은 취미나 가치관처럼 시간이 드는 방식으로 가까워지기보다, 누군가를 함께 흉보는 지름길을 택한다. 비밀을 공유했다는 감각이 서로를 특별한 사이로 묶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의 적으로 뭉친 관계는 그 적이 사라지면 함께 무너진다. 험담이 멈추는 순간 대화 소재도 함께 사라지고, 유대감이라 여겼던 것이 실은 얇은 공범 의식에 가까웠음이 드러난다. 소속감을 험담에서 찾는 사람은 늘 새로운 표적을 필요로 한다.
속이 허하고 자존감이 낮다

남을 자주 깎아내리는 사람은 그 밑에 낮은 자존감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보니, 남을 끌어내려 상대적으로 자신을 높이려 한다.
다른 사람의 흠을 들춰내는 동안에는 잠깐이나마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아서, 곧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속이 단단한 사람은 굳이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세우지 않는다. 반대로 마음 한구석이 허한 사람일수록 남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안줏거리 삼아 빈 곳을 채우려 한다. 뒷담화가 잦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를 채우지 못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신뢰를 잃고 관계가 끝난다

뒷담화로 가까워진 관계는 오래 지나지 않아 금이 간다. 내 앞에서 남을 흉보는 사람은, 다른 자리에서는 나를 똑같이 흉볼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대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맞장구를 치며 함께 어울리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은근히 거리를 둔다. 무슨 말을 하면 이 사람이 또 어딘가 옮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생기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신뢰는 관계를 지탱하는 뿌리인데, 뒷담화는 그 뿌리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동이다. 당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여도, 길게 보면 곁에 있던 사람마저 하나둘 떠나게 만든다. 험담으로 시작한 관계가 험담으로 끝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잠깐의 친밀감이 아니라,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는 고립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과 거리 두는 법

뒷담화로 친해지려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함께 맞장구를 치지 않는 것이 먼저다. 험담에 동조하는 순간 나도 그 편이 되고,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안줏거리가 될 위험을 함께 짊어지게 된다.
상대가 남의 흉을 보기 시작하면 굳이 반박하기보다 화제를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것을 느끼면, 상대도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를 곧 나에 대한 이야기로 여기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관계를 험담으로 시작하는 사람과는 깊이 얽히지 않는 편이 마음을 지키는 길이다. 거리를 두는 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선택이다.
친밀감은 험담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험담으로 유대감을 만들고, 속이 허해 남을 깎아내리며, 끝내 신뢰를 잃는 것까지, 뒷담화로 친해지려는 사람에게는 공통된 결이 있다. 손쉬운 친밀감을 좇다가 오히려 관계를 잃는 것이다.
진짜 가까운 사이는 함께 누군가를 미워하며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지 않는 태도가 곁에 있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큰 믿음을 준다. 오늘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함께 흉볼 대상을 찾기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