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친한 사이일수록 무엇이든 편하게 물어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통 강연가 김창옥 교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몇 년이 지나도록 단 한 가지를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일부러 묻지 않은 그 침묵 속에, 진짜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 침묵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다정한 말일지 모른다. 특히 결혼·출산·취업처럼 민감한 주제 앞에서 우리는 자주 실수한다.
친구에게 묻지 않은 한 가지

김창옥 교수에게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집에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안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왜 아이가 없느냐”고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질문이 친구에게 어떤 아픔이나 사정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가 스스로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묻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들여다봐도 되는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거리감을 지켜 주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렵다. 묻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다.
왜 ‘묻지 않는 것’이 배려일까

많은 사람이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질문을 택한다. “결혼은 언제 하니”, “아이는 안 갖니”, “그 일은 어떻게 됐어” 같은 물음을 친밀함의 표시라 여긴다.
하지만 그 질문이 상대에게는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일이 될 수 있다. 묻는 사람은 가벼운 관심이지만, 받는 사람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사정을 들춰내야 하는 부담을 진다. 김 교수가 말하는 배려는,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를 억지로 꺼내게 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관심은 캐묻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것이다.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던진 질문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상처를 들추는 일이 되기도 한다. 좋은 관계는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지 않느냐로 깊어진다. 묻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 짧은 망설임이 관계를 지킨다. 내가 받기 싫은 질문은, 남도 받기 싫은 법이다.
‘묻지 않는 것’도 하나의 언어다

김창옥 교수는 상대가 꺼내지 않은 주제를 묻지 않는 것, 그 침묵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 자체가 하나의 언어라고 말한다.
말로 위로하고 질문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만이 소통이 아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깊은 대화가 된다.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언제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마음을 침묵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상대는 오히려 안전함을 느낀다. 재촉하지 않는 그 여유가, 때로는 어떤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침묵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곁에 오래 남는다.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버틸 힘을 얻는다.
진짜 가까운 사이일수록
결국 김창옥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하다는 이유로 선을 넘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오래가는 관계의 비결이다. 우리는 종종 ‘솔직함’과 ‘무례함’을 헷갈린다. 궁금한 것을 다 묻는 것이 솔직함이라 여기지만, 상대의 아픔을 헤아려 묻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성숙한 배려다. 오늘 누군가에게 무심코 던지려던 질문이 있다면, 한 번쯤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보면 어떨까. 그런 배려를 받아 본 사람은, 그 사람을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묻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결국 가장 깊은 사이다. 때로는 묻지 않는 것이 가장 따뜻한 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