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대화가 줄어드는 여느 부부와 달리, 고맙다는 말과 서로의 시간에 대한 존중을 오래 이어간다. 부부 관계를 오래 연구한 학계에서는 이런 사소한 습관이 노년의 결혼 만족도를 가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자녀가 독립하고 은퇴 이후 둘만 남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하루하루 주고받는 말투와 태도가 관계의 온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이 쌓이면 관계가 달라진다
금슬 좋은 부부의 첫 번째 공통점은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래 함께 살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일로 굳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해 주고 있는지조차 잊게 된다.
미국 가트맨연구소가 수십 년간 부부를 추적한 연구에서, 관계가 안정적인 부부는 갈등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비율이 약 5대 1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툴 때조차 다정한 표현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 균형이 무너져 부정적인 말이 앞서기 시작하면 관계가 흔들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거창한 칭찬이 아니어도 된다. 밥 차려줘서 고맙다, 오늘 수고했다는 짧은 말이 관계의 바탕을 채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정도의 사소한 인사가 매일 오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표현이 쌓인 부부일수록 나이 들어서도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자의 시간을 인정한다
두 번째 특징은 서로의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부부는 무엇이든 함께해야 좋다고 여기기 쉽지만, 노년까지 금슬 좋은 부부는 오히려 떨어져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은퇴 뒤 하루 종일 붙어 지내다 오히려 사소한 일로 부딪히는 부부가 적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편의 등산 모임이나 아내의 친구 만남을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취미를 존중한다. 배우자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려 들지 않고, 상대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 국내 부부 관계 연구에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이 만족도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마주했을 때 나눌 이야기가 생긴다. 오늘 모임에서 있었던 일, 새로 배운 것을 저녁 밥상에서 풀어놓는 부부는 대화가 마르지 않는다. 붙어 있는 시간의 길이보다, 함께 있을 때의 태도가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사소한 말 걸기에 반응한다
세 번째는 배우자의 사소한 말 걸기에 그때그때 반응한다는 점이다. 저기 꽃 좀 보라거나 이거 맛있다는 혼잣말 같은 한마디는 무심코 흘려듣기 쉽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툭 던지는 이런 말에는 사실 함께 봐 달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트맨연구소는 이런 사소한 말을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려는 작은 신호로 봤다. 안정적인 부부는 배우자가 이렇게 말을 걸어올 때 약 86%가량을 눈을 맞추고 받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 고개를 돌려 함께 봐 주거나 한마디 맞장구를 치는 정도의 반응이 관계를 지탱한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건성으로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 거리감이 쌓인다. 대답 없이 화면만 보거나 응, 하고 흘려버리는 태도가 거듭되면 상대는 말을 거는 일 자체를 점점 줄이게 된다. 짧게라도 맞장구를 쳐 주는 습관이 노년의 무심함을 막는 방패가 되는 셈이다.
지난 일을 다시 들추지 않는다
네 번째는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툼이 길어지면 몇 해 전 서운했던 일까지 끌어오기 쉬운데, 이 순간 관계는 크게 흔들린다. 오늘의 사소한 다툼이 지난 몇 년의 묵은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결론도 나지 않고 상처만 깊어진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비난·경멸·방어·담쌓기 같은 소통의 악화 요인이 결혼 만족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강력한 변수로 나타났다. 지난 잘못을 반복해 들추는 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때 당신이 어땠는지 아느냐는 식으로 과거를 무기 삼는 순간, 대화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서로를 깎아내리는 자리로 바뀐다.
금슬 좋은 부부는 오늘의 문제만 다루고 지나간 일은 덮어 둔다. 비아냥 대신 지금 필요한 말을 고르는 태도가 오래 함께한 부부를 지탱하는 힘으로 풀이된다. 노년의 결혼 만족도는 큰 사건보다 이런 매일의 작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