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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리는 조부모의 네 가지 차이

손주가 먼저 안기는 조부모와 어려워하는 조부모의 차이는 선물이 아니라 태도에서 갈린다. 비교·훈육·경청·시간 네 가지가 그 경계로 꼽힌다.

조부모와 손주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보다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갈린다. 손주가 먼저 품에 안기는 집과 인사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집을 가르는 태도의 차이는 비교, 훈육, 경청, 시간이라는 네 갈래로 정리된다.

다른 아이와 견주지 않는다

손주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한국인 할머니

손주에게 사랑받는 조부모의 첫 번째 특징은 손주를 다른 아이와 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는 자기를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어른을 금세 알아본다.

비교의 말은 대개 걱정이나 칭찬의 모양으로 나온다. “옆집 아이는 벌써 한다더라”, “옛날에는 이 정도는 다 했다” 같은 말이 대표적인데, 건네는 쪽은 격려로 여기지만 듣는 아이에게는 평가로 남는다.

형제나 사촌끼리 견주는 말은 더 오래 남는다. 같은 자리에서 한 아이가 칭찬을 듣고 다른 아이가 그 기준에 맞춰지는 순간, 아이는 조부모의 애정에도 순위가 있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주가 먼저 다가서는 조부모는 비교 대신 그 아이 안에서 달라진 점을 짚는다. 지난번보다 늘어난 것, 스스로 해낸 것을 알아봐 주는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칭찬으로 작용한다.

훈육은 부모의 몫으로 남긴다

부모가 아이를 훈육할 때 한 발 물러서 지켜보는 한국인 할아버지

두 번째 차이는 혼내는 역할을 어디까지 맡느냐에 있다.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자리에 조부모가 끼어들면 아이가 따라야 할 기준이 둘로 갈리기 때문이다.

육아 현장에서는 부모와 조부모가 서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아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기준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부모가 훈육하는 동안 조부모는 한 발 물러서고, 필요하면 상황을 대신 설명해 주는 역할에 머무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꼽힌다.

반대로 부모를 제치고 조부모가 앞장서 야단치는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훈육의 주체가 흐려지면 아이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헷갈리고, 그 혼란이 결국 조부모를 어려운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손주 앞에서 부모를 낮추는 말도 조심할 대목이다. “엄마가 너무 봐줘서 그렇다”는 식의 한마디는 아이 앞에서 부모의 권위를 흔들 뿐 아니라, 아이를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 끼워 넣는 셈이 된다. 훈육을 부모에게 넘긴 조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 편에 서 주는 사람으로 남는다.

손주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손주의 이야기를 눈을 맞추고 끝까지 들어 주는 한국인 할머니

세 번째 차이는 듣는 방식이다. 손주가 꺼내는 이야기는 게임이나 아이돌,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처럼 어른의 관심사와 멀 때가 많다.

이때 “그런 건 됐고”라며 화제를 돌리는 쪽과 “그게 뭔데, 나도 알려 줘”라고 되묻는 쪽이 갈린다. 손주가 즐기는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함께 들여다볼 때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이 아동·가족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끝까지 듣는 태도는 칭찬의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잘한 결과보다 아이가 애쓴 과정을 짚어 주는 칭찬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반대로 아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훈수와 조언이 돌아오면, 손주는 다음부터 그 앞에서 말을 아끼게 된다. 어려워하는 조부모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개 큰 사건이 아니라 이런 짧은 순간들이 쌓인 결과로 분석된다.

용돈보다 함께한 시간을 남긴다

손주와 함께 장을 보고 동네를 걷는 한국인 조부모

네 번째 차이는 무엇을 남기느냐에 있다. 용돈과 선물은 건네는 순간에는 반갑지만, 아이의 기억에 오래 남는 쪽은 함께 보낸 시간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연구진이 노년학 학술지 ‘더 제론톨로지스트’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조부모 374명과 성인이 된 손주 356명을 19년에 걸쳐 살펴본 결과, 정서적으로 가까운 조손 관계를 유지한 쪽은 두 세대 모두 우울 증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는 도움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한 조부모의 우울 증상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건네는 관계보다, 주고받는 정서적 교류가 두 세대의 마음을 함께 지탱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창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같이 장을 보고 밥을 짓거나, 동네를 걸으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처럼 반복되는 장면이 손주에게는 조부모를 떠올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네 가지 차이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손주를 한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다. 견주지 않고, 혼내는 자리를 부모에게 남기고, 말을 끝까지 듣고, 시간을 함께 쓰는 방식은 모두 아이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 상대로 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태도는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반복되는 습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주가 방으로 먼저 들어가 버린다고 서운해하기보다, 최근 아이와 나눈 대화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되짚어 보는 것이 관계를 되돌리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조부모와 손주의 거리는 한 번의 큰 선물로 좁혀지지 않는다. 아이가 하는 말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이고 다음 만남을 함께 보낼 시간으로 채우는 작은 변화가 쌓일 때, 손주가 먼저 팔을 벌리는 사이가 만들어진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린다.

손주가 먼저 팔을 벌려 안기는 한국인 할머니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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