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을 끊고 대화를 가로채는 사람은 어느 모임에나 한 명쯤 있다. 상대의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어 화제를 자기 쪽으로 돌리는 이 습관의 밑바탕에는 끝까지 못 기다리는 조급함, 자기 얘기로의 전환, 조언과 정정에 대한 집착, 인정 욕구라는 네 가지 심리가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든다

말을 끊는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상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화는 원래 한 사람이 말을 맺으면 다른 사람이 이어받는 주고받음인데, 이 순서를 지키는 일 자체를 어려워한다.
상대가 문장을 절반쯤 이어 가고 있을 때 이미 자기가 할 말이 머릿속에 떠올라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을 놓칠까 봐 조급해진 나머지 상대의 말꼬리를 자르고 먼저 입을 여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끼어듦이 나쁜 의도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도움을 주려 하거나 공감을 서둘러 표현하려다, 혹은 대화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하려다 오히려 상대의 말문을 막아 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의도가 어떻든 결과는 비슷하다. 말을 자주 끊기는 쪽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대화가 겉돌면서 관계의 온기가 조금씩 식어 가는 것으로 지적된다.
남의 화제를 자기 이야기로 가져온다

두 번째 특징은 상대의 화제를 어느새 자기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는 점이다. 상대가 힘든 일을 꺼내면 잠깐 듣는 듯하다가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라며 대화의 초점을 순식간에 자기 쪽으로 옮긴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더버는 이렇게 대화의 중심을 자신에게 되돌리는 성향을 ‘대화적 나르시시즘’이라는 말로 설명한 바 있다. 상대의 말을 받아 주며 관심을 이어 가는 반응 대신, 화제를 자기 경험으로 전환하는 반응이 반복되는 형태다.
이런 전환은 대개 은근하게 이뤄져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맞장구를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이야기가 자기 이야기로 넘어가는 발판이 되는 셈이다.
결국 대화를 나눈 상대는 자기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준 사람이 없다는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말은 많이 오갔는데 정작 마음은 닿지 못한 듯한 감각이 남는 것으로 풀이된다.
듣기보다 조언과 정정에 매달린다

세 번째 특징은 상대의 말을 듣는 일보다 조언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더 마음을 쓴다는 점이다. 상대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끝까지 듣기도 전에 “그럴 땐 이렇게 해”라며 해결책부터 내놓는다.
사소한 사실 관계나 표현이 틀렸다 싶으면 곧바로 말을 끊고 정정하려는 경향도 함께 나타난다. 대화의 흐름보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앞서다 보니, 상대는 말을 이어 가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문제는 고민을 꺼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대체로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데 있다.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말을 꺼냈는데 곧바로 지적과 처방이 돌아오면, 위로받기는커녕 평가받는 기분이 들기 쉽다.
조언과 정정에 대한 집착의 이면에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은 욕구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마음이 앞서 상대의 말을 끊는 순간, 오히려 대화의 신뢰를 갉아먹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조급함이 앞선다

마지막 특징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조급함이 경청을 밀어낸다는 점이다. 대화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조용히 듣기보다 말할 틈을 먼저 잡으려는 태도가 굳어진다.
이런 습관이 자리 잡는 데에는 성장 과정의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 있다. 어린 시절 충분히 발언권을 얻지 못했거나 자기 말이 자주 끊겼던 경험이, 어른이 되어 남의 말을 끊는 방식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엇이든 빨리 결론에 도달하려는 성급함이 더해지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여유가 사라진다. 대화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결론으로 건너뛰려는 태도가 말을 끊는 습관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 습관은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조금씩 고쳐 갈 수 있는 태도에 가깝다. 상대의 말이 끝난 뒤 한 박자 쉬고 입을 여는 연습, 조언 대신 “그랬구나” 하고 먼저 받아 주는 반응만으로도 대화의 결이 달라진다는 조언이 많다. 관계가 자꾸 겉돌고 갈등이 반복된다면, 자신이 대화 속에서 상대의 말을 얼마나 기다려 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