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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선물이었더라..” 이어령이 죽음 앞에서 남긴 마지막 한마디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죽음을 앞두고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 마지막 한마디에 담긴 뜻을 들여다봤다.
이어령의 마지막 한마디 표지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2022년 2월,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160여 권의 저작을 남긴 그는 암 투병 중에도 항암치료를 거부한 채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강연을 이어 갔다.

세상을 떠나기 앞서 그가 남긴 한마디가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말이다. 평생 날카로운 통찰로 세상을 읽어 온 노학자가 생의 끝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선물처럼 두 손에 놓인 것

2019년 가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이어 그는 덧붙였다.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평생 자기 것이라 여겼던 모든 것이, 실은 잠시 빌려 쓴 선물이었다는 고백이다.

이 말은 김지수 기자와 나눈 ‘인터스텔라’ 인터뷰에서 나왔고, 훗날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으로도 이어졌다. 7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먼저 떠나보낸 딸을 가슴에 품고, 자신의 죽음까지 담담히 응시하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 무게는 더 깊었다. 원망이나 미련이 아니라 ‘고마웠다’는 말로 생을 정리한 것이다.

가진 것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을 때

햇빛에 펼친 빈 두 손

그의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우리 대부분이 정반대로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도, 돈도, 재능도, 심지어 가족마저 당연히 ‘내 것’이라 여긴다.

내 것이라 믿는 순간, 그것은 지켜야 할 소유가 되고 잃을까 불안한 짐이 된다. 더 가지지 못해 늘 부족하고, 가진 것은 당연해서 고맙지가 않다.

하지만 빌린 선물이라 생각하면 마음의 자리가 달라진다. 잠시 내게 머무는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언젠가 돌려줄 것이기에 더 감사하다. 같은 것을 가지고도,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죽음마저 ‘탄생의 신비’로 읽다

창으로 드는 새벽빛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다”고 말했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서야,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비로소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이다. 끝을 응시하는 일이 도리어 시작의 경이로움을 일깨운 셈이다.

그는 항암치료로 생명을 며칠 늘리기보다,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쪽을 택했다. 남은 시간을 두려움에 쓰지 않고, 끝까지 살아 있는 데 쓴 것이다.

왜 이 한마디가 위로가 될까

따뜻한 햇살 아래 평온한 순간

평생 무언가를 더 쌓고 더 이루려 애쓰는 우리에게, 그의 마지막 말은 방향을 거꾸로 돌려 놓는다.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선물로 알아보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오늘 곁에 있는 사람, 매일 같은 출근길, 무심히 지나치던 평범한 하루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잠시 주어진 선물일지 모른다.

그렇게 바라보면 불평할 일이 줄고 고마운 일이 늘어난다. 이어령이 생의 끝에서 건넨 이 한마디가, 아직 한참을 더 살아갈 우리에게 도리어 더 큰 위로가 되는 이유다.

한평생 무엇이든 새롭게 보는 법을 일러 주던 그는, 마지막에도 삶을 보는 시선 하나를 선물처럼 남기고 떠났다. 가장 똑똑했던 사람이 도달한 결론이 결국 ‘감사’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곱씹어 볼 만하다.

오늘 하루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

새 아침의 햇살

그가 남긴 말은 거창한 깨달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내게 주어진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라는 권유에 가깝다.

내 것이라 움켜쥐던 손을 잠시 펴고, 지금 가진 것을 선물로 바라보는 것. 그 작은 시선의 전환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바꿔 놓는다.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선물이었다는 노학자의 고백. 오늘 하루를 당연한 일상이 아니라 잠시 맡겨진 선물로 받아 든다면, 우리의 하루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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