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고 아침까지 한 번도 안 깼는데, 요즘은 자정 넘어 뒤척이다 새벽 3시면 눈이 떠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다시 잠들려 해도 잘 안 되고, 그렇게 뒤척이다 아침을 맞으면 하루 종일 몸이 무겁다.
이런 변화는 게을러서도,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잠을 만들고 지키는 몸의 장치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알아 두면 괜히 자책하지 않고 잠을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중년 이후 잠이 얕아지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본다.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이 줄어든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감소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분비되어 몸에 이제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분비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이 넉넉하던 젊은 시절에는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분비가 줄면 잠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진다. 새벽에 유독 눈이 잘 떠지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럴 때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낮에 밝은 빛을 쐬어야 밤에 멜라토닌이 제때 분비되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는 방을 어둡게 하고 휴대전화 화면을 멀리하는 습관도 몸의 리듬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
빛과 카페인, 낮잠이 밤잠을 밀어낸다

두 번째 이유는 낮 동안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들이다. 늦은 오후에 마신 커피 한 잔, 잠자리에서 오래 들여다본 밝은 화면, 그리고 무심코 든 긴 낮잠이 밤잠을 조금씩 밀어낸다.
특히 카페인은 생각보다 오래 몸에 남아 신경을 깨워 둔다. 나이가 들면 카페인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느려져, 점심 무렵 마신 커피가 밤잠까지 방해하기도 한다. 오후에 길게 잔 낮잠 역시 밤에 잠이 오지 않게 만드는 흔한 원인이다.
커피나 진한 차는 되도록 이른 오후까지만 드시고, 낮잠은 자더라도 20분 안팎으로 짧게 마치는 것이 좋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부터는 밝은 화면 대신 조명을 낮추고 몸을 편안하게 두면 잠자리에 드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걱정과 각성이 잠을 깨워 둔다

세 번째는 마음의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자녀 일, 건강, 노후처럼 신경 쓸 일이 늘어난다. 낮에는 바빠서 미뤄 둔 걱정이 조용한 밤이 되면 되살아나 머릿속을 맴도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마음이 긴장하면 몸도 함께 각성 상태에 머물러 깊은 잠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진다. 잠들었다가도 작은 소리나 뒤척임에 쉽게 깨고, 새벽에 깬 뒤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는 걱정을 잠시 내려놓는 나만의 방법을 두면 도움이 된다. 마음에 걸리는 일을 종이에 적어 두거나, 따뜻한 물로 가볍게 씻고 천천히 숨을 고르는 것도 좋다. 잠자리는 걱정하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이라고 몸에 알려 주는 셈이다.
오래 밴 수면 습관과 잠자리 환경

마지막은 오랜 세월 몸에 밴 수면 습관과 잠자리 환경이다. 잠드는 시각이 들쭉날쭉하거나, 잠이 안 오는데도 자리에 오래 누워 뒤척이는 습관은 오히려 잠을 더 얕게 만든다.
잠자리가 너무 밝거나 덥고, 소음이 있는 환경도 얕은 잠을 부추긴다. 나이가 들면 작은 자극에도 쉽게 깨기 때문에, 젊을 때는 대수롭지 않던 불빛이나 소리가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각에 자고 일어나며 몸의 리듬을 잡아 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잠자리는 어둡고 서늘하며 조용하게 두고, 20분쯤 누워도 잠이 안 오면 잠깐 일어나 몸을 편히 한 뒤 다시 눕는 편이 억지로 누워 있는 것보다 낫다.
이럴 땐 병원을 찾자
멜라토닌 감소, 카페인과 빛, 걱정과 각성, 오랜 습관까지, 나이 들어 잠이 얕아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겹쳐 있다. 대부분은 낮에 햇빛을 쬐고 생활 리듬을 다듬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코를 심하게 골며 자다 숨이 멎는 듯하거나, 자꾸 잠에서 깨 낮에 견디기 힘들 만큼 졸리고, 이런 상태가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면무호흡이나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가까운 병원이나 수면 관련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다. 잘 자는 것은 하루를 버티는 힘이니, 혼자 참기보다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