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조기진단을 둘러싼 연구가 진전을 보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혈액 속 유전체(DNA)와 전사체(RNA) 정보를 함께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더 정확하게 구분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선별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상 전 수년에서 20년, 조기 발견이 관건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비정상 타우 같은 독성 단백질이 쌓여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증상이 겉으로 드러날 무렵엔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 전부터 뇌 안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증상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가려내는 조기 발견이 치료와 관리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기존 정밀검사의 한계

현재 알츠하이머병 정밀 진단에는 아밀로이드 PET(정밀 핵의학검사)와 뇌척수액 검사가 쓰인다. 두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뇌척수액 검사는 바늘로 척수액을 뽑는 침습적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없는 다수를 대상으로 고위험군을 간편하게 선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더 간단하고 부담이 적은 혈액 기반 선별법에 대한 수요가 컸던 배경이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증상 초기나 그 이전 단계에서 환자를 가려내는 일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약을 이른 시기에 쓸수록 효과를 기대하기 쉬운 만큼, 부담이 적은 선별 도구의 필요성도 함께 부각되는 상황이다.
혈액 속 DNA와 RNA를 함께 본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편정민 교수와 미국 인디애나대학 노광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혈액에서 유전체와 전사체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유전체는 타고난 유전적 위험 설계도를, 전사체는 현재 몸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활동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두 정보를 각각 위험점수로 환산해 결합했다. 선천적 위험과 현재의 발현 양상을 동시에 보면 실제 환자를 더 잘 구분할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독 분석보다 진단 가능성 높아져

연구팀은 미국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 참여자 313명과 분당서울대병원 참여자 173명 등 486명의 혈액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나이 등 변수를 제거한 분석에서도 두 점수가 모두 높은 집단의 진단 가능성은 ADNI에서 2.53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3.39배로 단독 분석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영호 교수는 “선천적 유전자 설계도와 현재 발현되는 유전자 활동을 함께 분석하는 모델이 실제 환자를 구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혈액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들여다봐, 65세 이전 조기 발병 환자에서는 18개, 이후 후기 발병 환자에서는 88개의 유전자가 정상인과 다르게 발현되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런 전사체 분석 결과가 이번 결합 모델의 토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밀검사 선별 도구로 활용 모색
연구팀은 이 모델을 정밀검사 대상을 추리는 선별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자신이 고위험군인지 판단할 단서가 먼저 필요하다”며 “유전체·전사체 결합 모델을 정밀검사 대상 선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 비용과 침습성 부담이 큰 기존 검사를 보완할 혈액 기반 선별 기술로 이어질지, 후속 연구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