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과 집중력 같은 인지 기능이 신경 쓰인다. 특정 음식 하나가 치매를 막아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과 혈관 건강을 돕는 식습관이 뇌에도 이롭다는 점은 여러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혈류와 산소를 가장 많이 쓰는 기관 중 하나다. 그래서 혈관이 깨끗하고 장이 건강하면 뇌에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묵은지·말린 표고버섯·우엉이 대표적인 예다.
묵은지, 발효 유산균과 장·뇌 축

묵은지는 오래 숙성되며 풍부한 유산균과 발효 대사물질을 품는다. 이 성분들은 장 환경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뇌 축’이 주목받고 있다. 장 상태가 기분과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발효식품과 뇌 건강의 관계가 연구되고 있다.
다만 묵은지는 염분이 많은 편이라 그대로 많이 먹으면 혈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양념을 살짝 헹궈 짠맛을 덜거나, 오래 끓여 유익균을 죽이기보다 가볍게 조리해 먹는 편이 낫다.
짠맛이 부담스럽다면 같은 발효식품인 저염 백김치나 무가당 요거트로 대신해도 좋다. 핵심은 특정 김치가 아니라, 발효로 만들어진 유익균을 꾸준히 챙기는 데 있다.
말린 표고버섯, 비타민D와 에리타데닌

말린 표고버섯은 햇볕에 마르며 비타민D가 크게 늘어난다. 버섯 속 에르고스테롤이 자외선을 받아 비타민D로 바뀌기 때문으로, 생 표고버섯보다 함량이 높다.
비타민D는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영양소로 꼽힌다. 실내 생활이 길어 햇볕을 적게 쬐는 사람에게는 식품으로 비타민D를 보충하는 의미도 있다.
표고버섯 고유 성분인 에리타데닌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연구되는 물질이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어서, 약처럼 기대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의 한 축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깨끗한 혈류는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통로가 된다.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충분히 불려 조리하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살아난다. 불린 물에도 영양과 맛이 우러나므로, 국이나 찌개의 육수로 함께 쓰면 버릴 것이 없다.
우엉,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우엉에 든 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돕고 식후 혈당이 급히 오르는 것을 늦춘다. 당이 천천히 흡수되면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도 줄어, 혈관 건강과 인지 기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우엉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도 들어 있어,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수한 맛이 있어 차로 우려 마시거나 조림·볶음으로 먹기 좋다.
껍질 가까이에 영양 성분이 많으므로, 깨끗이 씻어 껍질을 살려 조리하면 더 알차게 먹을 수 있다. 다만 식이섬유가 많아 한 번에 과하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수 있으니 적당량이 좋다.
우엉차를 만들 때는 깨끗이 씻어 얇게 썬 뒤 말려 덖어 두면 오래 두고 마시기 좋다. 카페인이 없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물처럼 곁들여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는 데도 부담이 적다.
결국은 전체 식습관
세 가지 음식의 공통점은 장과 혈관을 돌본다는 데 있다. 뇌 건강은 한 가지 식품이 아니라, 짜지 않게 먹고 채소·발효식품·버섯을 고루 챙기는 전체 식습관에서 지켜진다.
여기에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사회적 활동이 더해질 때 인지 기능 유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음식은 그 토대를 만드는 한 부분인 셈이다.
거창한 영양제를 찾기보다, 평소 밥상에 이런 친숙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매일의 작은 선택이 오래 쌓여 뇌 건강의 바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