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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건망증과 치매를 가르는 차이

방금 하려던 일이 생각나지 않아 덜컥 겁이 나신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며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기준을 차분히 정리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잊거나, 사람 이름이 입안에서만 맴돌아 답답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장년에 접어들면 이런 일이 부쩍 늘어 마음이 무거워지기 쉽다.

하지만 깜빡한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억을 담당하는 뇌 기능이 조금씩 느려지는데, 이는 대부분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다. 그저 스쳐 가는 건망증과 살펴봐야 할 신호를 가르는 네 가지 차이를 하나씩 짚어 본다.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온다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온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를 가르는 첫 번째 차이는 힌트에 대한 반응이다. 건망증은 기억을 잠시 꺼내지 못하는 상태일 뿐, 정보 자체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옆에서 “어제 저녁에 김치찌개 드셨잖아요” 하고 실마리를 건네면 “아, 맞다” 하며 금세 기억을 떠올린다. 약속을 깜빡했다가도 수첩이나 문자를 보면 상황이 또렷하게 되살아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이다.

반면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힌트를 줘도 좀처럼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경험한 일 자체를 통째로 잊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낯설게 느끼는 것이다. 힌트에 반응이 있느냐 없느냐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다

두 번째 차이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정도다. 누구나 했던 이야기를 또 하거나 물어본 것을 다시 물을 때가 있지만, 그 빈도와 양상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건망증은 “내가 아까 이 말 했던가?” 하고 스스로 되묻는 정도에 그친다. 즉 자신이 깜빡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방금 물어본 것을 잊고 몇 분 간격으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거나, 조금 전 나눈 대화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본인은 처음 묻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판단력과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판단력과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세 번째 차이는 기억을 넘어 판단력과 계산 능력에서 드러난다. 건망증은 대개 기억을 잠깐 놓치는 데 그치지만, 살펴봐야 할 신호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하던 은행 업무나 물건값 계산에서 자꾸 실수가 생기거나, 익숙하던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는 일이 잦아지는 식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고르거나 간단한 상황 판단이 서툴러지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력뿐 아니라 판단력, 계산력, 방향 감각 같은 여러 능력이 함께 떨어진다면 단순한 건망증과는 결이 다르다. 평소와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띈다면 그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네 번째 차이는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건망증은 잠깐 불편할 뿐 생활을 꾸려 가는 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열쇠를 어디 뒀는지 잠시 잊어도 결국 찾아내고, 하려던 일도 조금 있으면 다시 떠올려 무리 없이 하루를 보낸다. 깜빡하는 일이 있어도 살림이나 바깥일을 스스로 챙기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이다.

반면 늘 해 오던 요리 순서가 헷갈리거나 가스 불 끄는 것을 잊는 일이 반복되고, 익숙하던 집안일이나 금전 관리가 어려워져 혼자 생활하기 버거워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기억의 문제가 실제 생활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된다면 신경과를 찾자

힌트에 대한 반응, 같은 질문의 반복, 판단력과 계산력, 일상생활의 지장까지, 이 네 가지는 단순 건망증과 살펴봐야 할 신호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준이다. 깜빡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으며,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점점 심해지거나 가족이 보기에도 예전과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혼자 걱정만 이어 가기보다 신경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다. 치매는 원인에 따라 초기에 확인하고 관리할수록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호를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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