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라고 적힌 음료는 당과 칼로리가 없어 마음 놓고 마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몸의 반응은 표시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가 인슐린과 식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로 음료를 무조건 끊으라기보다, 물이나 무가당 차로 바꾸는 습관을 권한다.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본다.
제로 음료는 설탕 대신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같은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칼로리가 거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단맛 자체’가 몸에 보내는 신호까지 0은 아니라는 것이 최근 연구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단맛만으로도 인슐린이 반응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은 “많은 사람이 제로 콜라를 마시며 ‘당이 없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몸의 반응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입안에서 단맛이 느껴지면, 몸은 설탕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이때 췌장은 인슐린 분비를 준비한다. 그런데 막상 설탕이 들어오지 않으면 인슐린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원장은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실제로 설탕을 먹었을 때 인슐린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인슐린 과다 분비는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입과 뇌가 단맛을 인지하면 소화·대사 준비가 미리 시작되는데, 이를 ‘머리상(cephalic) 반응’이라 부른다. 단맛만 들어오고 실제 당이 따라오지 않는 일이 잦아지면, 이 신호 체계가 점차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식욕을 키우는 인공감미료

제로 음료의 인공감미료가 식욕을 자극한다는 연구도 있다. 2025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실린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에서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참가자들은 설탕을 섭취했을 때보다 식욕을 조절하는 뇌 부위(시상하부)의 활성이 높아졌다. 물에 설탕을 탔을 때보다 식욕이 약 20% 증가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진은 “칼로리 없는 단맛이 허기 신호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맛은 느껴지는데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가 없어, 뇌가 오히려 더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간 위험도 살펴야
당이 든 음료뿐 아니라 다이어트 음료도 지방간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12만3788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하루 250g(약 1.5컵) 이상의 당 함유 음료를 마신 경우 지방간 위험이 60% 높았고,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신 경우에도 50%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음료 자체의 영향이라기보다, 그런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식습관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음료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당이 든 음료든 다이어트 음료든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는 패턴 자체가 건강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갈증이 날 때마다 단 음료에 손이 간다면, 그 빈도부터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답은 물과 무가당 차

제로 음료가 당장 큰 해를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습관처럼 자주 마시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이진복 원장도 “제로 음료 대신 물이나 차를 더 자주 마시는 습관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물은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돕는 가장 기본적인 음료다. 무가당 차는 불필요한 당과 열량 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단 음료를 줄이는 징검다리가 된다.
단맛이 꼭 필요하다면 신선한 과일을 곁들이는 편이 낫다. 과일에는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어 당 흡수 속도를 늦춰 준다. 결국 어떤 음료를 ‘기본’으로 두느냐가 하루 당 섭취를 좌우한다.
